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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자 효능엔터사 하이브와 갈등을 빚던 걸그룹 뉴진스가 새로운 활동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7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새 그룹명 NJZ를 공지하면서다. 활동명 변경과 함께 차기 앨범을 예고하는 이미지도 공개했다. 뉴진스가 활동명을 변경한 배경엔 소속사 '어도어(하이브 산하 레이블)'와의 법적 분쟁이 깔려 있다. 뉴진스가 전속계약을 해지하면 어도어가 보유한 상표권(뉴진스)을 사용할 수 없어서다. 그러자 다음과 같은 의문도 나온다. "뉴진스 측과 어도어가 전속계약 해지를 완전히 합의하지 않았는데, 새 이름으로 활동할 수 있는 걸까." 실제로 뉴진스와 어도어는 아무런 법적 절차도 밟지 않았다. 그럼 NJZ 활동은 법적으로 어떠한 문제도 없는 걸까. 하나씩 따져보자. 이 문제는 전속계약을 체결하는 특수고용노동자 등 직군에도 해당할 수 있어서 고찰이 필요하다.[※참고: 특수고용직은 사업주와 개인 간 도급계약으로 일하는 노동자다. 화물차 운전기사, 골프 캐디, 학습지 강사 등이 대표적이다.] 구기자 부작용 ■ 쟁점➊ 시정요구권 = 뉴진스가 전속계약 해지를 언급한 건 지난해 11월 13일이다. 뉴진스 측은 어도어에 멤버 전원이 사인한 내용증명을 보내면서 다음과 같은 의사를 밝혔다. "이 서신을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로 전속계약의 위반 사항을 모두 시정하라. 어도어가 시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시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 논란이 생긴 지점은 여기다. 뉴진스가 주장한 '시정 요구'가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느냐다. 법무법인 '지금'의 김유돈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자.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는 계약에 해지 사유가 있을 때 일정 기간 시정을 요구하도록 하는 조항을 마련하고 있다. 전속계약과 같이 구속력을 갖는 계약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조항이다." [※참고: 표준대리점계약서나 표준하도급계약서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중요사항을 위반한 경우에는 일정 기간 유예기간을 두고 서면 통지를 통해 시정을 요구하도록 하고, 한쪽이 이를 불응할 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조항이 있다. 김유돈 변호사의 말처럼 '시정요구'는 뉴진스의 권리다. 법적 근거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대중문화예술인(가수·연기자) 표준전속계약서' 16조다. 내용을 보자. 가독성을 위해 '~아니 하다' 등 법적 용어는 풀어 썼다. "기획업자 또는 가수 중 일방이 전속계약에서 정한 내용을 위반하는 경우, 그 상대방은 유책 당사자 일방에게 14일 동안 위반사항을 시정할 것을 요구하고, 그 기간 내에 위반사항을 시정하지 않거나 혹은 시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으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럼 뉴진스가 어도어 측에 요구한 '시정할 내용'은 뭘까. 핵심은 이렇다. "뉴진스의 매니지먼트사로서 하이브가 뉴진스의 성과를 폄훼하고 실제로 평가를 절하하기 위해 행동을 취한 데에 따른 모든 조치를 취하라." 문제는 뉴진스가 명시한 기한 내인 11월 27일 어도어가 '시정요구'에 응답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소셜미디어 X를 통해서다. 어도어는 "아티스트가 전속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상당수 사안은 어도어가 아닌 제3자의 언행에 관한 것"이라며 "(어도어의) 이런 노력이 아티스트가 원하는 특정한 방식이 아니었거나 주관적인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서 이를 전속계약 위반이라고 할 순 없다"고 반박했다. 뉴진스는 시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곧바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11월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한다고 발표했다. 뉴진스 측은 어도어가 전속계약에 규정된 내용을 어겼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속계약서엔 "뉴진스의 연예 활동을 침해하거나 방해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어도어는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이 규정돼 있는데 어도어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거다. 아울러 계약 해지의 책임이 어도어에 있기 때문에 위약금을 물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어도어의 의견은 다르다. 의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법적 절차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5일 전속계약의 유효함을 확인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1월 13일엔 가처분을 신청해 "어도어가 아직 뉴진스의 기획사라는 지위를 보전하고 뉴진스가 NJZ란 이름으로 광고 계약을 체결할 수 없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 쟁점➋ 다툼의 시작 혹은 끝 = 어도어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만큼 NJZ의 활동 여부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달라진다. 다만, 가처분 소송은 '초기 절차'일 뿐이다. 가처분 소송에서 누가 이기든 '본안소송'이 진행될 게 분명하다. 이는 어도어와 뉴진스 측의 지리한 '법적 다툼'이 당분간 이어질 것을 예고한다. 더구나 거액의 위약금과 손해배상이 걸려 있어 '쩐錢의 전쟁'이 일어날 공산도 크다. 어쩌면 뉴진스는 이런 위험성을 감수하고 NJZ를 띄웠을지 모른다. 이런 점에서 화물차 운전기사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뉴진스처럼 '갑甲'의 위치에 있는 회사를 향해 시정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누가 뭐래도 뉴진스는 국내를 대표하는 걸그룹이다. 그만큼 팬덤이 있고, 금전적 여유도 있다. 뉴진스의 사례를 특수고용직 노동자에게 곧바로 적용할 수 없는 이유다. 양승엽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많은 특수고용직노동자가 노동법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낮은 수준의 보호방안보단 실제로 권리를 지키고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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