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아고다할인코드베트남전쟁(1955년~1975년 남북 베트남 간 내전이자, 미국 등이 개입하며 자본주의-공산주의 진영이 대립한 대리전으로 확대되었고, 미국의 패배와 철수에 이어 북베트남이 통일하여 1976년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을 수립함)을 겪지 않은 이들이, 뒤늦게나마 ‘다중쟁점 정치’(인종, 성별, 장애, 연령 등 차별은 복잡하게 교차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한 구조적 억압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단일쟁점 정치에 매몰되지 말고 다중쟁점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는 개념)의 틀로 ‘전장(戰場)’을 바라본다면? 전후 50년이 지나도록 세계사적으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혹은 각기 입장에 따라 다르게 정의하고 있는 그 전쟁이 무엇이었는지, 베트남전쟁에 휘말린 존재들의 삶과 죽음은 어떻게 끊어지고 이어져 왔는지, 전쟁 책임과 전후 책임은 누가 어떻게 져야 하는지에 대한 과제들을 비로소 마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아가 ‘국민’과 ‘인간’만으로는 수렴되지 않는, 전쟁과 전후의 경험들을 해석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적 공간도 생겨난다. 몽족, 라오족, 미군 참전군인을 ‘함께’ 애도하는 기획의 이면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피해지역으로 잘 알려진 하미 마을과 북베트남의 이름 모를 산간 마을 곳곳에 열사의 묘가 건립되어 있다. 거기에는 전쟁에서의 공적(功績) 유무와 관계없이, mộ tập thể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집단무덤이 있다. 장례 문화가 중요한 베트남에서, 학살 이후 시신을 훼손당했거나, 출신지에서 멀리 떨어진 낯선 전지(戰地)에서 뒤엉켜 죽음을 맞이한 이들을 한 명 한 명 구분해서 애도할 방법이 없었던 살아남은 자들이 망자들의 집단무덤을 만들어 추모하는 것이다. 한편, 미국 위스콘신주 셰보이건(Sheboygan)의 딜랜드 파크(Deland Park)에는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몽족, 라오족, 미국의 참전군인을 함께 애도하는 합동 추모공간이 있다. 1800년대 후반 프랑스가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를 식민지화했을 때, 라오스의 몽족은 프랑스 편에 섰다. 1950년대 초 프랑스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미국이 개입한 이후, 라오스 왕립 몽족 장군 방 파오는 미국의 CIA가 베트남 국경 밖에서 수행하는 ‘비밀 전쟁’을 위해 1961년부터 1975년까지 4만 명 이상의 몽족 군단을 모집했다. 몽족 농부들과 지상군은 미국 전투기 조종사들을 구출하거나, 호치민 트레일을 따라 라오스를 관통하는 북베트남 보급로를 교란하며 정보를 수집하고 직접 전투에 참여하는 등 희생을 치렀다. 그뿐 아니라, 미국이 패전으로 철수한 후 방치되어 기아, 질병, 학살의 결과로 수만 명이 사망하는 참극을 겪었다. 1973년 미국의 철수 이후, 몽족은 베트남과 라오스의 보복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이때 살해된 몽족은 10만 명이 넘고, 30만 명이 넘는 이들이 인근 태국 난민 캠프로 이주했다. 몽족 여성들은 ‘이야기 천’에 이러한 자신들의 시련을 기록하기도 했다. 라오스에 남은 몽족은 처형 혹은 학살되거나 ‘재교육 수용소’에 갇혔고, 수많은 몽족이 라오스의 정글 속으로 숨어들어 살았는데, 2000년대 중반까지 정글 속에서 살아온 이들의 관련 기사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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