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어린이보험비교사이트가자 전쟁이 15개월 만에 멈췄지만 불안한 평화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을 찾았던 팔레스타인 언론인 살라 알 하우 씨가 가자의 상황을 전하기 위해 〈시사IN〉에 원고를 보내왔다. 살라 알 하우 기자는 지난해 11월 제4회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수상자로 한국을 방문했다(〈시사IN〉 제896호 ‘폭격된 집에서 인형을 구해온 어린이에게’ 기사 참조). 그가 제작한 영상 ‘가자로부터 온 목소리(Voices from Gaza)’는 가자의 응급구조대와 아홉 살 소녀 엘라프의 시선을 따라가며 전쟁의 참상을 고스란히 전한다. 목숨이 위협받는 순간에도 그는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이 전쟁을 끝내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간절히 바랐던 대로 전쟁이 멈췄다. 1월15일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협정에 합의했다. 그 후 가자에는 불안한 평화가 지속되고 있다. 11년 차 언론인인 살라 알 하우 기자는 현재 이집트에 망명 중이다. 고향을 떠나왔지만 알자지라TV 등을 통해 가자 소식을 전하고 있다. 2월4일 한국 독자들을 위해 〈시사IN〉에 기사 한 편을 보내왔다. ‘전쟁은 끝났지만 갈등은 막 시작되었다’라는 제목이었다. 바로 그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 문단을 추가로 보내온 살라 알 하우 기자는 “미국의 음모는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10월, 이스라엘은 가자에서 집단학살을 시작했다. 이는 오랫동안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가해진 억압의 연장선에 있는 사건이었다. 외신들은 이 전쟁을 하마스가 일으킨 것이라 말하지만,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의 대응은 이스라엘 점령군의 봉쇄와 강제 이주, 그로 인한 끝없는 전쟁 속에서 가자 주민들이 겪어온 고통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였다. 가자지구는 이미 2007년부터 봉쇄되었다. 하마스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자 이스라엘은 자국민 보호를 이유로 장벽을 세우고 가자지구를 포위했다. 사람과 물자 이동이 제한되면서 가자 주민들은 극심한 빈곤에 시달렸다. 팔레스타인인들은 극렬히 저항했으나 이스라엘의 억압은 나날이 심해졌다. 결국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전쟁은 운명적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팔레스타인 저항군의 반격이 역사적 전환점을 맞게 된 것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인정하는 대신 더 많은 범죄를 저지르는 구실로 삼았다. 이스라엘 언론은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자기 방어’라는 거짓된 명분을 만들어내면서 국제사회로부터 동정을 얻고자 했다. 하지만 그들이 가자지구에서 벌인 일은 전혀 달랐다. 어린이와 여성, 노인 등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가 하면 의료진과 언론인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가자에서 대대적인 이주가 시작된 건 2023년 10월13일부터다. 이스라엘 군이 가자 북부를 집중 폭격하겠다고 위협하자 가자 주민 대부분이 남쪽으로 피란했다. 민간인 수천 명이 집을 떠나는 강제 이주나 다름없었지만, 모두가 남쪽이 피란처가 될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곳도 안전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군은 가자지구 남부에서도 무차별 폭격을 이어갔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안전지대’라고 믿고 찾아간 곳에서 무수히 목숨을 잃었다. 무고한 이들이 폭격의 잔해 아래에 산 채로 묻혔다. 이스라엘의 공격은 단순한 전쟁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을 절멸시키려는 계획적인 집단학살이었다. 지난 15개월간 상황은 악화되기만 했다. 이스라엘의 가자 봉쇄는 이전과는 다른 규모였고, 식량과 의약품 같은 인도적 지원마저 차단되었다. 깨끗한 물조차 구하기 어려웠다. 여름의 무더위와 겨울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최소한의 생필품도 없이 텐트 생활을 이어갔다. 가장 힘든 건 전기와 인터넷이 끊기면서 외부 세계와 소통할 방법이 모두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국제사회에서 잊힌 가자의 삶은 말 그대로 지옥과 다름없었다. 2012년부터 영상 기자로 일하며 가자에서 벌어진 거의 모든 전쟁을 카메라에 담았다. 내겐 카메라가 곧 무기였다. 기자로서 전 세계에 진실을 알리는 것이 내 임무라고 생각했다. 전쟁을 멈추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전쟁은 완전히 달랐다. ‘프레스(PRESS·언론)’ 조끼를 입고 있거나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보호받을 것이라 생각했던 건 모두 착각이었다. 이스라엘 군은 카메라를 든 사람과 무기를 든 사람을 구분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우리를 노골적으로 표적 삼았고 내 삶은 끊임없이 위험에 처했다. 내가 일하던 사무실은 폭격으로 파괴되었고 다른 언론사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이스라엘은 진실을 덮으려 했다. 내가 가진 카메라는 이 폐허 속에서 진실을 전달할 유일한 수단이었다. 공습과 폭격으로 목숨이 위협받는 와중에도 촬영을 멈출 수 없었다. 기록을 멈추는 순간, 세상은 진실을 모르는 채로 잠들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알시파 병원에는 하루에도 사망자와 부상자 수백 명이 몰려들었다. 700여 개 병상을 보유한 가자지구 최대 규모의 병원이지만 전쟁이 시작되면서 이곳도 공격 대상이 되었다. 우리는 죽음의 냄새를 맡으면서 일했다. 슬퍼할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폭격 부상자를 실어온 응급 구조대원이 다급하게 도와달라 외친 날, 나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달려갔다. 기자라는 사실을 잠시 망각했다. 생사의 기로에 놓인 사람들을 살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매 순간 나는 자문하게 되었다. “내가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을까?” 이것은 가자에서 살아남은 모든 이들에게 남겨진 질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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