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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박 2025.02.23 15:55 조회 수 : 0

에어컨렌탈체감온도 영하 10도 밑으로 내려간 맹추위가 지나고 봄이 오나 했더니 다시 영하권. 차가운 바닷바람까지 몰아친 날 이른 아침 광안리해수욕장에서 그를 만났다. 짙은 색 선글라스를 착용한 은발의 사자머리가 내뿜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았다. 민락회타운 쪽에서 신발을 벗고 남천삼익아파트 방향으로 걸으며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137일째 아침마다 해수욕장을 맨발로 왕복한다는 그와 끝까지 동행하려던 생각을 중간에 접고 양말과 신발로 벌겋게 부어오른 맨발을 감쌌다. 끝까지 걸었다간 발가락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남달랐던 그의 기운은 단지 선글라스나 사자머리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삼성에어컨렌탈한 감독이 연출하고 정우성이 주연한 ‘증인’(2019)의 재판장, 곽경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장동건 주연의 ‘태풍’(2005)에서 국정원장. 눈썰미가 제법 있는 시네필이 아니라면 좀처럼 알아채기 힘들 수도 있는 박찬영(72) 배우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조연이나 단역으로 간혹 스크린에 얼굴을 알린 그였지만, 연극판으로 무대를 옮기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 연극판의 씨앗을 뿌리고 여전히 대부로 자리하고 있는 박찬영의 첫 무대는 중학교 2학년 무렵 성당 청년들이 올린 성탄절 공연이었다. 컴컴한 객석 구석에서 연습을 구경하던 그는 우연히 예수의 생애를 다룬 극의 유다 역을 맡게 됐다. 공연이 끝난 후 신부님의 칭찬과 관객의 박수갈채를 접한 까까머리는 이때 제대로 ‘무대의 맛’을 알아버렸다. lg에어컨렌탈고교 졸업 후 잠시 섬유업체에서 일하던 박찬영은 대학을 나와야 제대로 대접받는다는 걸 깨닫고 입시에 도전했다. 무대를 경험한 그였기에 배우가 되려는 생각으로 서울의 한 대학 신문방송학과에 지원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배우를 포기할 수 없어 3수를 준비할 때 한 선배의 얘기에 귀가 번쩍했다. “찬영아, 연극 배우고 싶으면 굳이 서울로 안 가도 돼.” 부산의 대학에도 연극서클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동아대에 진학해 운명처럼 극예술연구회 식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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