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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개인회생 변호사이랜드그룹 지주사인 이랜드월드는 2021년 이후 매년 실적을 늘려가며 5조원대 매출에 안착했다. 지난해도 우수한 실적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업계에선 “마냥 웃을 수만은 없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 이랜드월드는 최근 수년간 글로벌 수입 브랜드 '뉴발란스'의 성장 효과를 톡톡히 봤다. 뉴발란스는 한 해 1조원대 매출을 내고 있다. 바꿔 말하면 이랜드월드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뉴발란스에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뉴발란스가 빠지면 큰 폭의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는 구조다. 이랜드월드의 성장세에도 우려를 표한 이들은 “뉴발란스의 직진출 가능성이 높아 좋은 실적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뉴발란스는 "2027년부터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겠다"며 향후 국내 사업권을 회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랜드로선 악재를 맞은 셈이다. "기껏 키워놨더니"…뉴발란스 직진출에 속쓰린 이랜드 이랜드그룹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인 뉴발란스와의 라이선스(상표) 계약을 2030년까지 연장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계약이 마지막 라이선스 연장이다. 이랜드는 뉴발란스와 마지막으로 계약을 더 연장하기 위해 파격적 조건을 내건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미국 뉴발란스는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2027년부터 한국에서 직접 영업을 시도할 방침이다. 현재 한국 독점 유통·운영 권리를 가진 이랜드월드와의 계약은 2030년까지 연장하기로 하면서 2027~2030년까지는 직접 유통(뉴발란스)과 대행(이랜드월드)이 겹치게 된다. 이랜드 패션사업부는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시간과 돈을 대거 투입하며 공들여 키운 브랜드를 졸지에 미국 본사에 빼앗긴 처지가 되면서다. 이랜드가 뉴발란스 측과 국내 사업권 계약을 맺은 것은 2008년. 당시 연매출 300억원에도 못 미쳤던 뉴발란스는 '한국 패션 유통의 실력자'로 꼽히는 이랜드를 만나면서 16년 만에 연 매출 1조원 브랜드로 성장했다. 해외 브랜드 직진출 사례 중 매출 규모가 가장 큰 경우다. 뉴발란스가 국내시장에서 진출 이후 40배 이상 성장하면서 ‘메가 브랜드’로 안착한 배경으로는 브랜드를 독점 유통·운영한 이랜드월드의 현지화 전략이 꼽힌다. 국내에서 지금까지 단일 패션 브랜드로 ‘매출 1조원’을 달성한 브랜드는 나이키, 아디다스, 노스페이스뿐이다. 뉴발란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7위지만 국내에선 나이키에 버금가는 스포츠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뉴발란스 글로벌 전체 매출이 78억달러(약 11조2400억원)임을 감안하면 한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가깝다. '푸마 직진출 악몽' 재현되나 이랜드는 향후 뉴발란스를 미국에 내주면서 해당 매출을 고스란히 잃게 됐다. 패션부문 매출(3조2450억원·2023년 기준)의 28%에 해당한다. 앞서 이랜드월드는 2020년 코로나 사태를 맞아 1050억원대 영업적자를 볼 정도로 실적이 악화했지만, 이듬해 뉴발란스를 포함한 패션사업부 활약으로 1200억원가량 흑자로 돌아섰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성장세가 유지된다면 향후 뉴발란스가 빠졌을 때 이랜드는 30% 이상 실적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랜드 내부에서 이번 뉴발란스 사태는 앞선 ‘푸마 직진출 악몽’을 상기시키는 신호다. 2007년에도 이랜드는 독일 스포츠 브랜드 푸마와 유사한 라이선스 문제를 겪을 바 있다. 이랜드는 1994년 독일에서 푸마 브랜드를 들여와 약 13년 간 국내 운영한 사례가 있다. 푸마는 국내 첫 진출 당시 연매출 100억원에도 못미쳤던 브랜드였지만 이랜드를 만나 1800억원까지 성장했다. 그러자 돌연 푸마 본사가 재계약을 거부하고 2008년 직진출을 선언하면서 이랜드는 큰 손실을 봤다. 2007년 이랜드월드 캐주얼웨어 부문의 매출은 1110억원이었지만 푸마가 빠져나간 2008년 34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해외 브랜드에 '을(乙)' 자처하는 한국 기업들 이랜드 사례처럼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국내 기업을 끼고 한국시장에 진출한 후 인지도가 높아지면 한국 측 파트너와의 계약을 끝내고 직접 진출을 시도하는 사례는 드문 일이 아니다. 일례로 한섬은 2023년 ‘CK캘빈클라인’의 모회사 PVH와 10년 만에 계약을 종료했고, LF는 연간 매출이 200억원에 달하던 ‘버켄스탁’과의 독점 계약을 종료했다. PVH와 버켄스탁은 이후 모두 국내 직진출 소식을 알렸다. 제동물산이 35년간 전개해온 이탈리아 명품 ‘미쏘니’, 듀오가 독점 유통해온 ‘에트로’ 등 최근 3~4년간 국내 직진출을 선언한 글로벌 브랜드만 30여개에 이른다. 톰브라운도 최근 들어 2030세대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삼성물산과의 독점계약을 종료하고 별도 법인을 세워 직접 판매를 시작했다. 이 같은 리스크에도 국내 패션 업체들의 수입 의존도는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보복 소비'가 터져나오면서 단가가 높은 수입 패션이 인기를 끈 데다, 투자 비용이 큰 자체 브랜드보다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의류 전체 매출 중 수입 비중은 6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랜드도 당장 뉴발란스 대항마를 찾겠다며 한국 진출을 타진하는 글로벌 브랜드 몇 곳과 접촉하는 중이다. 다만 해외 브랜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데 따른 리스크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브랜드의 직진출로 패션기업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앞서 ‘셀린느’가 직진출을 선언한 뒤 이 브랜드를 독점 전개하던 신세계인터내셔날 실적은 눈에 띄게 줄었다. 셀린느가 빠져나가자마자 이 회사 이익은 60%가량 빠졌다. 해외 브랜드 유치 경쟁이 치열한 점을 이용해 해외 브랜드들이 국제 기준보다 높은 로열티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한 패션 브랜드 임원은 "대형업체들이 라이선스 계약을 끝내고 직진출하면 매출에 큰 타격을 볼 수 밖에 없다"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서 계약이 만료되더라도 새로운 브랜드로 대체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브랜드 관계자도 "한두개 해외 브랜드에 과도하게 의존하기보다는 자체 브랜드 관리를 철저히 하는 등 매출 안정화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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