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주 52시간제 도입, 공사비 갈등 등이 맞물리며 아파트를 짓는 데 걸리는 기간이 최근 10년 새 8개월가량 늘어났다. 공기(공사 기간) 증가가 분양가를 끌어올려 서민 주거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2일 이윤홍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겸임교수가 ‘연도별 공동주택(주상복합 제외)의 평균 공사 기간’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2년 착공한 아파트 사업장은 평균 38개월 후에 준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첫 삽을 뜬 단지의 평균 공기는 30개월이었다.쌍용동 민간임대 10년 사이 8개월 늘어난 것이다. 2020년엔 착공 물량의 평균 공기가 41개월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쌍용역 민간임대
지하 1층~지상 26층, 1024가구 규모의 충남 천안 ‘e편한세상 스마일시티’는 2013년 3월 착공해 2015년 3월 준공했다. 공기는 총 25개월이었다. 다음달 공사가 마무리되는 서울 관악구 ‘서울대벤처타운역 푸르지오’(지하 4층~지상 17층, 571가구)는 2022년 11월 착공한 사업장이다. 공사에 총 42개월 걸렸다.
지하 층수, 높이, 단지 규모, 지역 등 사업장 상황에 따라 공사 기간은 차이가 날 수 있다. 이를 고려하더라도 최근 공기 증가 추세는 뚜렷하다. 2018년부터 주 52시간제가 순차적으로 도입된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사원가(토지 매입비 제외)의 약 60%를 인건비가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비 증가는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공사비 안정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교수는 “건설 현장에선 지정된 기간에 콘크리트 타설 등 업무를 마무리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다”며 “특별법을 통해 반도체산업 종사자에게 주 52시간제를 예외 적용하는 안이 추진되는 것처럼 건설업계도 근로시간 제도의 탄력적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천안 쌍용역 민간임대 외국 건설인력 수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2022년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안전과 품질 강화도 공기 연장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인건비, 원자재 가격, 금융 비용 등이 모두 치솟으며 조합 등 사업 주체와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정비사업 코디네이터 같은 중재자 파견을 의무화하는 등 실효성 있는 공사비 분쟁 조정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