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상간녀소송미국에서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아마존, 월마트, 맥도날드, 스타벅스, JP모건, 포드 등 대기업들이 앞다퉈 DEI(Diversity·Equity·Inclusion)라고 불리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폐기하거나 축소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그저 함께 ‘존재’하기 위해 생을 다해 애써야 하는 소수자들의 삶이 단숨에 지워지고, 제도적으로 보장받던 최소한의 장치들마저 ‘정치’라는 이름 아래 사라지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은 기업이 채용과 승진, 근무환경 조성에서 인종·젠더·나이·종교·장애 여부·성정체성 등과 관계없이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고, 차이를 존중하여 모두를 차별 없이 포함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서 Equity(형평성)은 기계적인 평등 개념이 아니라, 지금까지 누적되어 온 불평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지원과 자원을 제공하는 것을 포함하는 적극적 평등 개념이다. 2020년 흑인 남성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남성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사망한 사건으로,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촉발되었다. 이를 계기로 기업과 정부 기관, 학교 등은 DEI 정책을 재정비하거나 확장했고, 대기업들은 전담 조직까지 신설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자들을 필두로 한 보수 진영은 DEI 정책이 백인과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그 여파로 메타(페이스북 모회사)는 다양성 정책을 감독하는 팀을 해체했고, 알파벳(구글 모회사)은 연례 보고서에서 DEI 관련 문구를 삭제했다. 다양성 정책을 폐기한 기업들은 최근 미국 항소법원이 나스닥 상장기업에 여성과 소수자의 이사회 참여 여부 공개를 의무화한 규정을 무효화한 판결과,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시에서 소수 인종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 차별해소 정책’(affirmative action)을 위헌으로 판단한 판례를 근거로 삼고 있다.(관련 기사: “[팩플] 트럼프 눈치보기? 메타·아마존 등 ‘다양성 정책’ 줄줄이 폐기”, 중앙일보 2025년 1월 12일) 이에 따라 DEI 정책이 ‘특정 계층에 대한 특혜’라는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며, 이를 명분 삼아 많은 기업과 기관이 다양성 정책을 철회하고 있다. 광장 이후의 민주주의…‘다양성‧형평성‧포용성’이 자리 잡길 한국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작년 말부터 내란 사태로 정치·사회적 혼란이 지속되고 있을 뿐 아니라, 차별과 배제가 공공연해지는 징후가 곳곳에서 보인다. 출근길 지하철 파업이나 장애인 이동권 시위가 ‘시민에게 불편을 주는 민폐’로 간주되고, 아이돌과 연예인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사이버불링은 ‘돈을 많이 버니 그 정도쯤은 감수해야 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한편, ‘사이버 렉카’(유명인과 관련한 부정적 사건이나 이슈를 소재로 검증 없는 자극적 콘텐츠를 만들어 이윤을 챙기는 유튜버)들은 제약 없는 마이크를 쥔 채, 사건과 사람을 자의적으로 편집하고 앞뒤 맥락을 지운 채 ‘정의구현’을 외치고 있다. 분쟁이 생기면 타인의 입장을 헤아리고 반대편의 목소리를 듣기보다 ‘정치적 중립’을 내세우며 회피하거나, 논의와 조율을 통해 해법을 찾기보다 손쉽게 금지하거나 법적 조치로 갈등을 종결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 그런 경직된 현실 속에서, 12.3 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퇴진’과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며 결집한 전국 곳곳의 광장에서는 변화의 움직임이 보인다. ‘정치는 정치인들만의 것이 아니다’라는 깨달음과 함께,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존재를 인식하며 연대하려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는 데에 희망을 갖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사회적 소수자의 문제는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지만, 아직도 어떤 문제는 덜 중요하거나 아예 배제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관심 없거나 잘 모르는 소수자에 대해서는 불편해하거나 혐오를 드러내기도 한다. 달리 ‘민주주의의 위기’가 아니라, 강자와 약자 간의 힘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구조적 양극화가 공고해지면서 소수자와 약자의 주권이 무력화되는 현실이 가장 위협적이다. 이런 난세야말로, ‘다양성 훈련’을 하기에 가장 적확한 때가 아닐까? 다양성과 형평성과 포용성이 우리 사회에서 주요한 가치로 자리잡길 바라며, 필자가 작년과 올해 참여했던 한 다양성 훈련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나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편견과 기득권을 인식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