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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휴대폰성지강원도 속초에서 고성에 이르는 자전거 해안길에서 설악산 대청봉이 보인다. 한국에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은 속초와 고성뿐이다. 브롬핑을 하기에 최적인 장소다. 종주·추워. 백패킹·추워. 등반·춥고 위험해. 오토캠핑·추운데 싱거워. 차박·추운데 싱거워. 바이크패킹·추워, 그리고 작년에 했잖아. 3월호 기획회의 전 머리를 굴렸다. 다음 호엔 뭘 소개해야 할까? 머릿속에서 각종 아웃도어 종목들이 부스를 차리고 박람회를 열었는데 '추워' 앞에서 모두 문을 닫았다. 딱 한 종목만 부스에 불을 켜놓고 있었다. '브롬핑!' 접는 자전거를 이용해 캠핑을 한 적은 여태까지 없었고, 게다가 부담이 덜할 것 같았다. 자전거를 타다가 추우면 접어서 어디든 들어가면 되니까. 가다가 힘들면 접어서 차에 실으면 되니까. '접다'라는 동사가 이렇게 든든한 낱말이었다니! 속초에 있는 오진곤씨에게 전화했다. 배낭 만드는 회사 '코너트립'을 운영하고 있는 그가 만드는 배낭 중 브롬톤에 장착할 수 있는 제품도 있다. 오진곤씨에게 자전거와 배낭을 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형, 다음주에 브롬핑 가요!" 오진곤씨가 대답했다. "그래, 근데 왜 브롬핑이야? 추운데." 나는 대충 둘러댔다. "봄 맞이요. 아니면 봄이 빨리 오기를 바라는 희망을 품고, 어쩌구저쩌구." 오진곤씨는 별 말 없었다. 김혜연씨에게도 전화했다. 그때 그녀는 일본 북알프스에 다녀온 다음 공항에서 귀국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체 1년 동안 집에 있는 날이 며칠이나 될까?' 궁금할 정도로 바깥 활동이 잦은 아웃도어 마니아다. 이틀 후 출발하는 일정이었는데 그녀는 브롬핑을 가자는 내 제안에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그래요. 가요." 마음속에서 엄지 손가락이 펴졌다. '척!' 나는 두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텐트를 썼다. 작은 텐트 안에 브롬톤을 넣고 캠핑을 할 수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마음이 흡족했다. 이날 매트리스를 2개(발포매트와 에어매트) 챙겨왔기 때문이다(늘 2개를 챙겼지만 하나는 꼭 다른 사람에게 빌려줬다). 매트리스 2개를 독차지하면서 잘 수 있다는 기대에 나는 행복했다. 바닥은 모래와 솔잎이 깔려 푹신했고 바람도 불지 않았다. 기분이 좋았다. 완벽한 캠핑장, 더할 나위 없는 날이었다. 캠핑장의 밤, 각자 텐트 출입문을 해가 뜨는 방향을 맞춰서 정렬했다. 김혜연씨의 티피텐트 안에 모였다. 4명이 들어가니 꽉 찼다. 하지만 일출에 대한 기대는 누구도 하지 않았다. 그것보다 라면을 끓이느니 마느니, 텐트에 결로가 생기지 않게 하는 방법 등에 관해 토론했다. 김혜연씨는 북알프스 등반기를 들려줬고, 오진곤씨는 속초의 인구가 얼마고, 강릉의 인구가 얼마고, 고성과 양양에 케이블카가 들어설 거라는 등 지역 이야기를 들려줬다. 가짓수는 얼마 없었지만 저녁거리도 풍부해했다. 우리는 왁자지껄 떠들다가 밤 10시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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