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김해웨딩홀나는 걸어서 출근한다.// 뒤꿈치에 얽히고설킨 길들이 칼자국처럼 들어차 있다. 나는 매일 그 길을 걷는다. 한 골목을 지나면 얼핏 막다른 골목이 나오고 그 골목을 돌아 나오면 또 막다른 골목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게 한 골목을 겨우 빠져나와 김해결혼박람회 우리는 가끔 ‘살아온 이야기를 소설로 쓰면 몇 권’이라는 말을 한다. 지나온 시간도 현재의 삶도 녹록치 않아서 하는 푸념이다. 그런데, 그 삶을 시로 쓴다면 어떨까. 사건과 사연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높이 빛나던 순간, 꺼내 놓기에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 그 무엇이 됐든 삶의 고갱이를 건져내야 하리라. 구절구절 설명하지 않은 짧은 시구에서 삶을 오롯이 담아내야 한다. 이명우(사진)의 시집 ‘관리소장’이 그렇다. 이명우 시인은 201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첫 시집 ‘달동네 아코디언’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 신작 시집으로 ‘관리소장’을 냈다. 신춘문예 시 당선작은 ‘스티커’. 고단한 오늘의 삶을 무리 없이 이미지화한 시로, 삶의 진정성이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공감력을 높이 평가받은 작품이다. 신춘문예에 당선했을 때 이명우는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일했고, 현재도 관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번 시집은 많은 사람이 살아가는 도시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시 ‘욕설의 한 연구’는 직장인으로서 다른 사람들의 “욕설을 넙죽넙죽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변곡점’에서는 “변덕이 심한 날씨”처럼 시시때때로 바뀌는 “상사의 지시 사항”을 말없이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를 말한다. 도시인의 삶이 이런 거지 싶다. 도시의 ‘관리소장’으로 살아가는 시인의 기록은, 그곳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기록일지도 모른다.